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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언제나 여행 : 숙소 구하기 체크리스트카테고리 없음 2023. 5. 21. 22:21
은퇴하고 하기 좋은 여행 방식인 한달살기를 할 때, 우리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입니다.
집을 떠난다는 의미에서 ‘여행’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살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숙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루 반나절은 여행을 다니지만, 나머지 시간은 숙소에 머물거나 숙소 근처 산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 숙소는, 위치도 중요하고, 계약조건도 맞아야 하고, 필요한 비품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출발하기 전에 숙소를 예약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지에서 눈과 귀, 코로 느끼지 않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한달살기는 가본 지역에 재방문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지역을 처음 방문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보로 이동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게 될 동네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속소에 관한 한, 사실 운도 조금 필요합니다.
2017년 스페인 미하스 숙소 @ HoneyJar
여러 번의 여행으로 우리들만의 ‘숙소 체크리스트’가 생겼습니다. "여행가기 전부터 이렇게나 체크해야 한다고? 대충 하면 안될까? 여행 가기도 전에 질리겠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전 조사 시간의 양과 후회의 양은 반비례한다는 경험치가 쌓인 만큼, 내가 만든 체크리스를 가지고 하나하나 확인한 후에 숙소를 계약합니다. 물론 도착하기 전에 모든 게 확인되는 것도 아니고 확인할 수도 없지만, 나만의 '편안한 정도'껏 확인합니다. 비슷한 성향을 지닌 친구 한 명은 여행가기 전에 접한 수많은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로, 실제 여행지에 가면 와 본 것 같고, 이미 실제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숙소 찾기에 바쁜 우리는 여행지 그 자체보다 숙소 관련 정보에 더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다행히 데자뷰를 느끼진 않습니다. 여행지에서의 계획은 도착한 첫 날과 둘째 날 정도로 정하고, 나머지 일정은 현지에서 그 숙소에서 매일 저녁 혹은 비오는 날 정합니다. 지극히 사적인 우리 부부만의 기준인 숙소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숙소 체크리스트
구분 항목 세부 항목 위치 교통
환경
시설
햇볕대중교통 또는 자가운전(주차 확인)
치안, 냄새, 소음
상업시설 음식점/카페 등, 도서관, 병원
방향, 햇볕 양계약 가격
계약조건우리의 예산(그 지역 평균가)
취소, 환불 관련구조 욕실 사진&댓글 확인 비품 요리
청소
세탁
침구조리 도구, 그릇 등
쓰레기 관리, 청소도구, 세제
세탁기, 건조할 장소
침구, 타올, 휴지숙소 위치
우리는 한달살기 할 지역에 따라 어떤 교통수단을 사용할지 결정합니다. 대도시인 서울에 거주하는 우리는 국내 여행 경우 주로 지방의 읍 단위 지역을 여행하기 때문에 자차를 이용합니다. 타지역으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 이용이 원활하지 않고, 도보 가능한 위치에 음식점 등의 상업 시설이 없는 지역에 우리가 선호하는 숙소가 위치해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우리가 머문 경주시 감포읍 숙소는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에 위치해있었습니다. 숙소 바로 옆에 마을노인회관이 있었고, 도보 5분 거리에 편의점이 하나 있는 곳이었습니다. 자차를 이용하면 숙소 계약시 “주차는 어디에 하면 되는지?” 확인합니다. 지정된 주차 자리가 없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 앱(네이버맵, 구글맵, 카카오맵 등)을 이용하여 실제 ‘거리뷰’를 통해 임대인이 설명한 주차 가능한 자리를 확인해봅니다.
대중교통망이 잘되어 있고, 한 곳에 며칠 머물지 않고 많이 이동하는 여행을 할 때 우리는 대중교통을 선택합니다. 유럽여행에서 우리는 스페인 남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하였습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피렌체 기차역 근처에 위치한 숙소를 정했던 적이 있습니다. 역에서 내리면 도보 몇 분 거리에 숙소가 위치해 있어서 근교로 이동하기 무척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피렌체 역 근처, 상업지구에 있는 유럽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골목과 거리의 일부를 건물로 형성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그곳은 건물들이 연속해서 붙어있고, 통풍을 위해 건물 안쪽으로 창문이 난 구조였습니다. 그 건물 한쪽에는 중식당이 아침 일찍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영업 하고 있습니다. 결과, 우리는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오는 중식 냄새로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숙소 그 자체로 너무나 좋은 곳이었으나, 아침 7시면 시작하는 주변 공사 소음이 우리를 무척 괴롭혔습니다. 그 이후로는 숙소 주변 환경을 조사해볼 때, 우리를 괴롭힐 수 있는 냄새나 소음이 있을 수 있는지 꼭 확인해보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건 자차를 이용하건, 주변에 우리가 좋아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시설들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지하철 역에서 멀지 않은 관광지 상업지구에 있는 숙소를 구했는데, 주변에 있는 카페와 음식점을 한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서 식사 준비가 가능한지, 로컬 시장이나 식료품 가게가 있는지, 도보로 얼마나 이동하면 먹고 마실 곳이 있는지도 검색해봅니다. 국내 지방에서 한달살기 할 때, 보통 읍내에 가면 몇 일마다 장도 서고, 식당도 있고, 카페도 있습니다. 해외 경우, 아시안 마켓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만세를 불러도 좋습니다. TV가 없는 경상남도 하동 숙소에서 한달살기를 할 때, 읍내 도서관을 들락거리면서 심심하지 않게 책들도 빌려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나이가 든 후에는 몇 분 거리에 병원 응급실이 있는지 꼭 확인하고 숙소를 정할 생각입니다. 2013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남들처럼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구토와 설사로 택시로 30분 거리에 있는 응급실에 간 일이 있습니다. 만약 바로 응급실에 가지 못했다면.., 윽!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햇살 가득한 숙소
지난 4월 감포 보름살이 동안 가장 좋았던 것은 일출로 아침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바닷가 동향인 그 숙소에서 햇살 가득한 아침을 맞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몇 년 전 살던 동향 아파트… 일어나자마자 에어컨을 켜고 출근을 준비했던 그 분주했던 아침, 늘어지게 자고 싶었지만 늘 방해가 됐던 주말 아침 햇살이 감포에서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은퇴하고 맞는 아침 햇살은 이렇게 다르게 그리고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에서 해가 지는 세상은 그대로인데, 우리가 달라졌습니다. 우리에게 숙소로 들어오는 볕의 양은 아주 중요합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숙소는 언제까지나 ‘편안함’로 기억됩니다.
몰타 슬리에마의 숙소는 교통 면에서 완벽한 숙소였지만, 볕이 많이 드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햇볕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우리 부부에겐 정이 안가는 숙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외출해서 하루 종일 외부로 돌아다녔던 한달살기이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부지런히 몰타 곳곳을 누빈 한달살기가 아니었나 싶지만, 다시는 그렇게 매일 하루종일 외출하는 한달살기는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젠 느긋한 일정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몰타 슬리에마는 우리의 최애 한달살기 장소로 언젠가 다시 가려고 합니다.
숙소 계약 조건
여러 플랫폼을 통해 숙소를 검색할 때, 가격을 포함한 세부 계약 조건을 확인합니다. 6개월 전에 한달살기 숙소를 예약하는 우리는 주변 평균 가격은 어떤지, Utilities는 어떻게 지불하는지, 숙소 예약 취소나 변경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언제까지 가능한지, 환불이 가능한지, 패널티 조항은 어떻게 되는지, 지불 조건은 어떤지 등등 가격뿐만 아니라 임대 계약 조건에 대해 꼼꼼히 파악하고 기점이 되는 일정은 달력에 기입해둡니다. 계약 변경 혹은 취소하게 될 일이 생길 것을 꼭 대비합니다. 우리 부부는 한달살기 전체 예산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비용을 대략 1/3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한 국내와 해외 한달살기 지출을 비교해보니, 항공료를 제외한 예산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비슷비슷했습니다. 경상남도 하동을 갔을 때는 지인이 빌려준 시골집이라 숙소 비용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방치해둔 기간만큼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1주일 내내 청소하고 정리하고 고치느라 우리의 시간을 대가로 지불했었습니다. 역시나 공짜가 없는 세상입니다.
숙소 욕실
숙소 내부에서 우리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욕실입니다. 햇볕의 양을 가늠해볼 수 있는 창문 위치와 크기 이외에 우리가 열심히 반드시 확인하는 것은 욕실 사진입니다. 호텔에 머문다면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닐 수도 있으나, 숙박공유 플랫폼을 통해 속소를 구할 경우, 욕실 상태를 꼭 확인합니다. 사진과 댓글을 통해 온수 상태를 파악해보려고 노력합니다. 국내의 순간온수 시스템과 달리 해외에서는 물탱크 온수를 덥히는 방식인 경우도 있고, 샤워부스가 아주 작은 경우도 있습니다. 한번은 크로아티아 스플릿에서 갑자기 내린 한여름 폭우에 우리가 완전히 젖어서 숙소로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돌로 지어진 그 멋진 집(이름 조차 Stone House!!)의 온수 물탱크는 너무너무 작았던 나머지 둘이 차례로 씻을 수 있을 만큼의 온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한참 동안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번은 에어비앤비에서 본 멋진 숙소 댓글에 한국인이 친절히 써준 ‘ㅇ ㅗ ㄴ ㅅ ㅜ ㄱ ㅏ 쫄쫄’ 이었습니다. 어찌나 고마운 댓글이었는지 아직도 그 암호 같았던 댓글을 생각하면 미소가 저절로 피어납니다. 국내 지방 경우, 국내 대도시들과 달리 도시가스 난방이 아닌 점은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 번 숙소 경우, 커다란 LPG통이 마당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난방과 온수를 사용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비품 확인
숙소에 구비된 설비나 필요한 비품은 임대인이 작성한 숙소 소개 글이나 사진을 꼼꼼히 보면서 확인하고 준비합니다. 숙소를 소개한 포스팅이 오래 된 경우, 설비나 비품이 변경되어 있을 수 있으니 소개 글의 작성 년도도 확인합니다. 국내 한달살기의 숙소가 숙박업이 아니라 임대업으로 사업등록된 경우, 침구를 제공하지 않는데, 이럴 땐 침대 사이즈 등을 확인하여 필요한 침구를 준비해서 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수건, 화장지 등 욕실 용품도 모두 챙겨갑니다. 필요한 것들은 그 지역에서 구매하면 되지만, 평소 쓰는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대도시 같은 익일 택배가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미리 챙겨갑니다. 한 달을 머무는 것이기 때문에, 청소 도구가 구비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매일 청소기를 돌리는 사람이 여행지에 청소하지 않고 지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몰타 슬리에마 숙소에서 한달 간 청소기 대신 빗자루로 허리를 굽혀 청소하는 것은 아주 고역이었습니다. “쓰레기 처리 어떻게 하는지? 일반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어떻게 처리하나요?” 도 사전에 물어봅니다. 물론 청소 서비스가 포함된 곳을 숙소로 정하는 경우는 눈 여겨 볼 사항이 아닙니다.
세탁기는 있는지, 어떻게 빨래를 건조할 수 있는지 등 빨래 건조 환경도 확인합니다. 숙소의 세탁 환경은 옷 짐의 무게에 영향을 줍니다. 대부분 한달 숙소를 구하는 경우, 요리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요리가 가능한지, 필요한 도구들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요리에 필요한 양념을 조금씩 준비하여 가면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몰타를 가기 전에, ‘뭐~ 한식 양념은 뭐하러~” 하면서 준비하지 않았던 양념을 몰타 아시안 마켓에서 한 봉지씩 사면서 후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감포 여행에서는 여행 전 확인한 네스프레스 캡슐머신과 우유스팀기 덕분에, 아침마다 숙소에서 멋진 라테와 밀크티 타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소개 글 속의 부엌 사진에서 브리타 정수기를 보고 준비한 정수기 필터 덕분에 일회용 생수를 사는 일도 생수통 재활용쓰레기에 신경써야 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작성한 한달살기 필요 물품 목록 리스트도 있는데 정리해서 공개해야겠습니다.
작성하고 보니, 여행 전 숙소 정하는 데만 해도 확인 할 것이 산더미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은퇴의 좋은 점은~ 바로 이렇게 확인하고 준비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써도 스트레스는 적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천천히 매일 조금씩 여행을 떠올리면서 흥얼거리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하는 것도 재미입니다. 준비가 약간 귀찮아질 때면 이런 말을 되새깁니다. “가능할 때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한다.”